나는 나의 삶을 디자인한다

아침을 그리다: 익숙한 풍경에서 발견한 새로운 색깔

Blank spiral sketchbook and pen on wooden desk with green plants and daisies near window

지난 글에서 저만의 ‘아침 루틴’을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지요. 그 루틴 속에서 요즘 제가 푹 빠져 있는 작은 취미 하나가 생겼습니다. 바로 ‘아침 스케치(Morning Sketching)’입니다.

사실 저는 그림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, 평생 펜보다는 마우스나 서류 뭉치와 친했던 사람이었습니다. 그런데 은퇴 후 맞이한 아침의 여유는 저에게 ‘자세히 들여다보는 눈’을 선물해 주더군요.

1. 선 하나에 담긴 ‘오롯한 집중’

처음에는 식탁 위에 놓인 커피잔, 창가의 작은 화분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.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그저 사물의 테두리를 따라 천천히 선을 그어봅니다.

직장 생활을 할 때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찻잔의 미세한 굴곡, 잎사귀에 맺힌 아침 이슬의 모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. 선 하나를 긋는 그 10분 동안, 세상은 오직 저와 제가 그리는 대상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고요해집니다. 이 시간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깊은 ‘명상’이 되었습니다.

2. 색칠하지 않아도 충분한 ‘여백의 미’

제 스케치북에는 여백이 많습니다. 꼼꼼하게 색칠하지 않아도, 투박한 선만으로도 그날의 분위기가 담깁니다. 우리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요? 모든 칸을 빽빽한 성과와 계획으로 채워야 했던 예전의 삶에서 벗어나, 이제는 ‘비어 있음’ 그 자체를 디자인의 요소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.

내가 그린 서툰 선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내듯, 저의 은퇴 후 일상도 조금씩 자기만의 모양을 잡아가는 중입니다.

3. ‘관찰’이 ‘발견’이 되는 순간

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후로 제 세상은 더 선명해졌습니다. 그냥 지나쳤던 길가의 이름 모를 꽃이 ‘그려보고 싶은 대상’이 되고, 매일 보던 거실의 풍경이 ‘빛에 따라 변하는 작품’이 되었습니다.

은퇴 후의 삶이 단조로울까 봐 걱정했던 적도 있었습니다. 하지만 라이프 디자인의 핵심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, 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시선에 있다는 것을 이 작은 취미를 통해 배웁니다.

여러분의 아침에는 어떤 색이 있나요?

그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. 누군가에게는 정성스러운 요리일 수도 있고, 누군가에게는 아침 산책길의 사진 한 장일 수도 있겠지요. 중요한 건 내가 즐거워하는 일에 나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하고 있다는 감각입니다.

오늘 여러분의 손끝에서는 어떤 선이 그려졌나요?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. 당신이 머무는 그 자리에 이미 당신만의 아름다운 디자인이 시작되고 있으니까요.

다음 글에서는 이 아침 스케치를 들고 나간 ‘어느 특별한 산책’ 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.

나의 삶은 내가 디자인한다

[Life Ateliers]의 라이프 디자인 노트 中


Leave a comment